“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한마디로 시작된 대한민국의 국가폭력. 역사상 계엄령은 정권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이용되었고, 그때마다 시민의 생명과 자유는 처참하게 짓밟혔습니다.

12.3 계엄 포고령은 국가폭력의 역사를 소환하며, 우리는 또다시 국가가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계엄 통치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억압과 폭력의 한가운데에 서게 될 것입니다.

12.3 이후,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도 각자의 빛을 밝게 비추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고, ‘연대’라는 저항의 물결을 만들어냈습니다. 광장에서 투쟁을 외치던 우리가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새로운 인권 사회를 만들어 나갈 차례입니다. 폭력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요구합니다.

1

계엄법
개정으로
국제인권법을
준수하라

“우리나라 국민은 오랜 기간 국가긴급권의 남용에 희생당해 온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 결정문

대한민국에서 국가폭력은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대통령의 한마디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48년 10월 21일, 대한민국 정부는 전라남도 동부 일대에서 일어난 ‘여순사건’을 진압한다는 이유로 역사상 첫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당시 대규모로 투입된 군 · 경의 진압 작전으로 약 1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재판 절차 없이 불법 처형되었습니다. 같은 해 11월 17일, ‘제주 4.3’ 당시 공포된 두 번째 비상계엄 역시 최소 3만여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로도 계엄령은 권위주의 정부에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었습니다. 1972년 10월 17일, 유신체제 시행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이 포고되었을 때는 연이어 발동된 긴급조치로 인해 양심과 사상의 자유, 언론 · 출판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광범위하게 침해되었고, 수많은 양심수가 투옥되었습니다. 1980년 5월 17일, 전국으로 확대된 비상계엄은 광주 시민에 대한 무력 진압으로 이어졌고, 계엄군은 ‘공공질서 유지’라는 명목하에 수백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우리는 다시금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는 비상계엄을 마주했습니다. 국군방첩사령부의 내부 문건을 통해 12.3 비상계엄은 과거 사례를 토대로 사전 설계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실제 선포된 포고령은 시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탄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는 민주화 이후에도 과거의 인권침해적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이 비준하고 가입한 주요 국제인권조약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비상 상황에서도 인권은 보장되어야 하며, 생명권, 고문 금지, 사상 · 양심 · 종교의 자유 등은 어떤 경우에도 제한될 수 없다.” 국제 사회와의 약속인 ‘자유권규약’은 어떤 이유에서도 함부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현행 계엄법 제9조 제1항은 “계엄사령관은 체포 · 구금 · 압수 · 수색 · 거주 · 이전 · 언론 · 출판 · 집회 · 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국가가 시민의 권리를 전면 중지시키는 법적 근거로 작동해 왔습니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유린할 수 없다는 국제 사회와의 약속과 직접적으로 충돌합니다.

국가 비상 상황에도 인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계엄법 개정을 통해 국제인권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인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계엄법 개정에 동참해 주세요.

2

“고문도구”의
사용과
거래를
규제하라

2024년 12월 3일, 국회에 투입된 군 특수부대가 취재 중인 기자를 불법적으로 체포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특수임무단인 707특임단은 ‘케이블타이’로 알려진 플라스틱 구속 도구를 이용해 불법 체포를 시도했습니다. 지난 2월 6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김현태 707특임단장은 당시 준비한 플라스틱 구속 도구가 “문을 잠그는 용도”라고 증언했으나, 해당 증언은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미지 출처. 뉴스토마토

플라스틱 구속 도구는 국제 사회에서도 우려의 대상입니다. 2023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고문과 그 외 비인도적 처우를 조사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국제 기준을 마련하는 ‘유엔 고문 담당 특별보고관’은 국제적 규제가 필요한 도구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이 목록에는 금속, 천, 플라스틱 등의 소재로 만들어진 구속 도구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도구들이 오용될 경우 고문과 학대 등 기타 부당한 대우에 쓰일 수 있음을 알렸습니다.

이미지 출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대선

특히 플라스틱 구속 도구는 군사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 제11조 1항에 따른 시행령, 위해성 군사경찰장비의 종류에 해당하지 않아 아무런 규제나 관리 없이 고문 행위에 악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누구나 쉽게 플라스틱 구속 도구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국제인권법상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의 금지’는 그 어떤 비상사태에서도 불가침의 권리입니다. 유엔인권위원회 역시 계엄령과 같은 비상사태에서도 국제 인권기준을 넘어서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고 명백하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12.3 계엄으로 고문 도구 규제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고문 도구의 사용, 제작, 유통 등을 규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유엔 고문 없는 무역조약(Torture-Free Trade Treaty)”의 체결을 촉구합니다. 학대적인 장비의 제조 및 거래를 금지하고, 일부 고무탄과 수갑 등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법 집행 장비의 사용과 거래에 있어 인권을 기반으로 한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법의 빈틈 속에서 폭력의 도구가 사람을 해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 주세요.

3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공공비상사태의 경우 그리고 그러한 비상사태의 존재가 공식으로 선포된 때에는 이 규약의 당사국은 해당 사태의 긴급성에 의하여 엄격히 요구되는 한도 내에서 이 규약상 의무로부터 이탈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조치는 해당 국가의 그 밖의 국제법상 의무와 불합치하지 않아야 하고,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또는 사회적 출신만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4조 1항

2024년 12월 3일, 시민의 권리를 무너뜨린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습니다. 불법적인 계엄령과 군의 민간 개입 시도는 정치적 위기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평등과 인권을 뿌리째 흔드는 폭력입니다. 비상계엄하에 공권력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고, 침묵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군이 개입한 비상계엄령은 단지 권력의 폭주가 아니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분리와 단절을 조장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이 북한과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며,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 정치인, 언론, 활동가들을 ‘척결 대상’으로 낙인찍었습니다.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사회 전반에 혐오와 차별의 정서를 확산시키고, 갈등을 조장했습니다. ‘특정 국가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이주민, 종교, 문화는 사회적 배제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고,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는 언론과 온라인을 통해 끊임없이 확산되고 재생산되어 온·오프라인에서 폭력과 차별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시민의 사상 · 양심 · 출신 · 정체성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낡은 사회를 뒤로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이미지 출처. 국제앰네스티

차별과 혐오가 정치적 도구가 되는 세상은 결국 모두의 인권을 위협합니다. 성별·장애·나이·출신지·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종교·인종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것.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기본 조건입니다. 그 시작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입니다.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끝낼 수 있도록 연대의 걸음에 지금 함께해 주세요.

우리의 기억은 길이 되지

12.3 비상계엄으로 다시 소환된 국가폭력의 기억. 국가폭력의 위협은 어느날 갑자기 발생하지 않았고 역사적으로 이어져왔으며, 역사 속 끝난 사건이 아닌 현재진행형입니다.

한 명의 가슴 속에 있는 기억은 혼자만의 아픔이지만, 말해지기 시작하면 기억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길을 열어줍니다.

12.3 비상계엄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자 하는 열망이 피어오르는 지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과거와 현재가 연대하기 위해, 우리는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목소리에 공명합니다.

인권의 편에 선 사람들
만든 사람들
기획.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대선 김한민영 백민하

디자인.

오늘의풍경
신인아 김영인 이재인

편집.

오채은

일러스트.

봉현

타이틀 레터링.

누타입 박부비 위예진

개발.

조연정 연예진

탄원 서명하기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하라
    0
    변화를 만드는 쉽고 빠른 방법.
    12.3을 넘어, 인권으로 응답해 주세요.
    모든 항목에 동의합니다.
    사람들을 좌우로 스크롤하며
    지난 시간을 함께 걸어보세요.
    확인